경주 아화역은 오래전부터 중앙선 철로를 지켜왔지만, 요즘의 고속열차 시대에 밀려 한때 여객 취급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기차가 멈춘 채 10년 넘게 서 있던 옛 역사는 밤에는 인적이 끊겨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춘 채 세월의 흔적만 간직한 듯했습니다. 다시 언제 운행할지 모르는 긴 시간 동안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차가 서지 않는 역으로 10년 넘게 남겨졌다는건 주민들의 불편함도 컸지만, 100년 가까이 동네를 지켜온 역이 멈춘다는 사실은 지역민들에게 경제적 손실이나 이동에 있어 불편함이 많았을겁니다. 역이 멈춘 후에도 이 역을 허물지 않는 것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남아있지 않나 싶은데요.
그러다가 현재 아화역은 새로운 장소로 역사를 옮기며 다시 정상 운영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역이 겪은 옛날 시간과, 다시 활기를 찾은 현재의 모습을 확인해 보고 싶어 가족들과 함께 아화역으로 기차 여행을 했는데 여기서 옛 역의 흔적과 새 역의 활기가 공존하는 아화역의 시간을 함께 알아보며 목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을 보는 것보다 이 지역 사회의 깊은 역사적 흐름을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출처: 아화역 간판-직접 촬영
100년 애환의 역사, 천년 요충지의 연속성
아화역은 역 위치나 접근성만 좋아진게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보여주는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운행이 멈췄던 기차가 다시 움직인다는 것은 이 동네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거라 이 역의 부활은 오랜 세월 이곳에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염원과도 같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같은 경우도 고향이 시골이여서 어릴적에는 동네에 영화관, 롤러장, 그리고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을 정도 였는데 버스 노선이 점차 사라지자 영화관, 롤러장이 없어지고 인구도 줄어들고 하더니 결국에는 마을 경제가 많이 안좋아 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중단된 역이 다시 새단장해서 운행한다는건 시골 마을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사일겁니다.
사실 아화라는 지역은 철도역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하는데요 고려시대에는 아불역으로, 조선시대에는 아화역이라는 이름의 말을 갈아타던 곳이라는 뜻의 역참이 설치되어 주요 도로망의 거점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역참에는 역마를 기르는 마굿간과 역리들이 상주하며, 공문서 전달과 사신의 숙박을 담당했는데 기차가 놓이면서 그 기능이 철도역으로 옮겨갔을 뿐, 아화는 천 년 넘게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중심지 역할을 해왔었습니다.
아화역은 한때 배치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여 보통역으로 승격했던 역사 깊은 곳으로 중앙선 철로가 놓이면서 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발과 상인들의 교통과 물품을 이동하는 수송 역할을 담당는데 처음에는 좁은 철길이었지만, 이후 철로의 폭이 확장되는 등 철도 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기차를 타고 내리며 이 역을 거쳐갔을 거고, 화물 취급도 했으니,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통로 역할도 했을건데요. 역무원들은 끊임없이 도착하고 출발하는 열차를 관리하며, 이 마을의 활력소였겠지요.

출처: 폐역이된 구 아화역-직접 촬영
도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인근 버스터미널이 들어서며, 아화역의 여객 수송 기능은 점차 약해졌는데 아마도 자가용 이용자가 늘어난 것도 역의 쇠퇴를 가속화했을 겁니다. 이로 인해 결국 간이역으로 격하되었고, 무배치 간이역으로 축소된 후 마침내 여객 취급이 완전히 중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선 고속화 사업이 완료되면서 아화역은 새 역사로 이전하고, 인근 역의 여객 업무를 넘겨받아 마침내 다시 기차가 서게 되었습니다.
폐역 주변에서 발견한 소박한 삶의 흔적과 추억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았고 왠지 레트로 감성이 느껴질 것 같아, 우리 가족은 폐역이 된 구 아화역사를 가보았는데 걸어서 가도 될 정도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옛 역사 근처에는 낡은 건물들이나 오래된 상점이 보였지만 대조적으로 요즘 시대의 빌라와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는데 기차가 서지 않던 시절에도 이곳을 지켜왔던 주민들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4번 국도와 아화터미널이 가까이 있어 시외버스 정류장의 활기가 더 크게 느껴지지만, 저는 한때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애환과 정서가 이곳에 깃들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출처: 여객열차 취급중지 안내-직접 촬영
현재 폐역사에는 한때 여객열차 취급 중지를 알리던 빚바래고 갈라진 파란색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었는데 폐역을 보니 일제 시대 건물 양식처럼 보였고, 불이 들어오지 않는 역 입구는 오래된 형광등과 잡초 그리고 거미줄이 난무해있었습니다.
폐역된 아화역사 부지에는 철길을 깔 때 썼던 자갈과 나무 침목이 철거된 채 쌓여있었고, 무성한 잡초가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 폐역사 앞에는 70년대나 80년대 보던 판자집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 집은 왜 이리 낡았어?” 하고 물어보더군요. 창문 틈 사이로 보니 아마 떡볶이, 순대, 오뎅을 팔았던 것 같은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옛 역은 비록 폐쇄되었으나, 주변은 여전히 삶의 근거지를 두고 있는듯 했습니다.

출처: 구 아화역앞 판자집-직접 촬영
또 옛 아화역 구내에는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만발했다고 하며 기차가 서지 않던 시절에도 코스모스는 잊혀진 역을 꿋꿋이 지켜주는 존재로 지역 신문에도 아화역의 코스모스가 자주 소개되곤 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 아화역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된 밑거름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새 역사 아화역, 지명의 유래와 건축적 의미
아이들과 기차를 타고 도착한 새 역사는 무척 깨끗했는데 새로운 곳에 들어선 아화역은 지명의 의미를 담은 짙은 갈색 띠의 외관을 하고 있었고, 과거의 소박한 정취와는 사뭇 다른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역 입구 안내판에서 ‘선덕여왕 팔찌와 사랑 이야기’를 읽어보니 ‘아화’라는 역명은 지귀 설화에 기초하여 ‘불타는 언덕’이라는 뜻이 붙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봉산이 선덕여왕 촬영지였고, 그 산자락의 여근곡 이야기까지 함께 엮여 있었는데 선덕여왕을 흠모했던 지귀의 영혼이 불덩이가 되어 이 지역 언덕을 태웠다는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이 일대가 여름에 매우 더워 초목이 고사할 정도였다는 이야기와 언덕에 불을 지르면 쉽게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글을 읽으면서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족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왜 새 역사의 붉은 적갈색 외관이 이 설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석덕여황 팔찌와 사랑이야기-직접 촬영
지역 교통의 중심으로 다시 서다
여객 취급 재개와 함께 아화역은 인근 역의 업무를 흡수하며 지역 교통의 중심지로 위상이 높아졌는데요 재개통 당시에는 무궁화호가 정차했지만, 이후 누리로 열차도 정차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ITX-마음 열차까지 운행을 개시했습니다. 이로인해 다양한 열차가 정차하여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기차가 다시 선다는 것은 이 경주 서면 지역을 쉽게 이용하도록 만들어 지역 사회의 경제와 활력을 되찾아주는 중요한 발판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이 작은 동네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돌기 시작할 거고 이는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옛 역이 있던 주변 마을과, 새롭게 태어난 역을 모두 둘러보는 것이 이번 가족 기차 여행의 방문 목적이였는데 앞으로도 새로운 아화역이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안겨주기를 기대합니다.
간이역에서 만나는 소박한 풍경과 질서
간이역이라고는 하지만, 역 앞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농촌 마을의 들판 풍경이었고 우측으로는 나지막한 산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건물이 없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데 아화역은 별도로 매표를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코레일톡 앱이나 공식사이트를 방문해서 승차권을 구매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기차를 타는 입구는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려는 듯 막아 놓고 있었는데 기차 시간이 되면 역무원이 나와서 입구에 막아놓은 게이트를 열어 주더군요.
철로를 보니 간이역인데도 여러 개가 놓여 있어 이곳으로 KTX 이음이 다닌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습니다.

출처: 아화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직접 촬영
기차와 함께 가족의 추억이 시작되며
사이트를 시작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기차 여행을 자주 가는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거 같아 이번에도 폐역이된 불국사역에 이어 아화역 방문도 신역사와 폐역사를 모두 다니며, 아이들과 현재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역사 공부도 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만의 독특한 설화나 소박한 맛집을 들르는 것은 여행의 기분을 한층 더 좋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이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화역이 겪은 쇠퇴와 부활의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기차가 다시 선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 편의를 넘어, 멈췄던 지역 경제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니까요. 이곳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기차 여행을 계속하려 합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시간 속에서 발견하는 좋은 글감과 지역의 숨겨진 역사 이야기, 그리고 그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건물이나 소중한 경험들을 글로 공유하려고 하는데 아화역처럼 역사적 변화를 겪고 다시 활력을 찾은 곳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지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 저의 소소한 목표가 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 특별한 여행들이 쌓여 아이들의 삶에도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데 옛 역에 남아있던 코스모스처럼 꿋꿋한 생명력과 새 역에 흐르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처럼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저희 가족의 기차 여행 기록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