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해역 여행이후 이번 기차 여행은 아들과 단둘이 기차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목적지는 ITX-마음이 정차하지 않는 경북 장사역으로 정했고, 당일치기로 조용히 다녀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복잡한 운전 대신 아들과 누리로 열차를 이용해 편안하고 조용히 이동하였습니다.
원래는 온 가족 넷이 함께 가고 싶었습지만 우리가족 여행 기준에는 영덕군 남정면(장사) 일대는 먹거리나 당일치기로 편하게 즐길 만한 곳이 한정적이었고, 바닷가에서 텐트나 자전거 등 즐길 거리를 모두 준비해야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기차여행으로는 이 모든 짐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했고, 집에만 있으면 특별히 할 것도 없었기에 이번 여행은 역사 교육(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방문)과 시골 바닷가 풍경을 산책으로 느끼는 것에 집중해 아들과 둘이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아들에게는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주말 여행을, 저에게는 아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부러 덜 붐비는 누리로 열차를 골랐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출처: 장사역 앞에서-직접 촬영
장사역 누리로가 안내한 동해안 마을
장사역 동해의 절경과 헌화가 설화
장사역에서 내려 풍경을 보니 기찻길 앞으로 조용한 시골 마을과 동해 앞바다가 보였으며, 기차역은 무인역으로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역에서 나오니 좌측에 조그마한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헌화가 탄생지라는 안내판이었습니다. 헌화가는 신라 시대 향가로, 수로부인에게 헌화하며 불렀다고 전해지는 노래였는데 안내판은 색이 바래고 다 찢어져 있어 자세한 글을 읽기는 어려웠지만, 수로부인이 남편을 따라 강릉 태수로 길을 떠나던 중, 이곳 동해의 절벽 위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감탄했으며, 한 노인이 목숨을 걸고 꽃을 꺾어 바치며 이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장사역 주변은 동해 바다의 절경만큼이나 오래된 역사와 설화를 간직한 곳이었습니다.

출처: 장사역 앞 헌화가 탄생지 안내문-직접 촬영
주말 복잡한 운전 대신 누리로 기차여행
자동차로 가면 물론 편리하겠지만, 저는 이번만큼은 아들과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습니다. 주말에 운전대를 잡고 이리저리 신경 쓰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피곤해지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주말 복잡한 운전 대신 기차여행을 택했습니다.
목적지인 장사역으로 가는 누리로 열차에 앉아 창밖을 보며 아들과 친구들, 학교생활등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바다와 시골 풍경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굳이 뭔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쉬는 기분이었죠.
누리로는 KTX만큼의 최신 시설은 아니었지만, 좌석 간 간격이 꽤 여유로웠고 동해선 풍경을 바라보며 아들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바다와 시골 풍경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덕분에 아들과 단둘이서만 나누는 오붓한 이야기들이 쌓였고, 운전 걱정 없이 아들과 눈을 마주치며 웃을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조용한 해변 마을에서 아들과 데이트

출처: 장사역 앞 블루로드의 시작-직접 촬영
장사역 앞에 마련된 택시 정류장에는 블루로드의 시작 푸른 바다와 파도가 반기는 곳 남정 이라는 광고판과 안내문과 풍경을 아들과 둘이 서서 읽어보았고, 역에서 나오면 오른쪽으로 남정면 시골 마을로 가는 계단 입구가 나오는데 아들과 둘이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시골 풍경을 감상하면서 해수욕장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첫 번째 목표로 한 것은 장사상륙작전 전승 기념공원이었기 때문에, 택시보다는 시골길을 걸으며 지역의 정취를 느끼기로 했습니다. 장사역에서부터 기념공원까지는 성인 걸음으로도 20여 분이 더 걸린 것 같으니 기차여행으로 기념공원을 오시는 분들은 시간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장사상륙작전 기념공원 역사의 현장 학습
잊지 말아야 할 장사상륙작전 전승 기념공원

출처:장사상륙작전 전승 기념공원 앞 아들-직접 촬영
걷고 걸어 기념공원에 도착하니 웅장한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문산호(문산. 잊혀진 영웅들)’라는 이름이 새겨진 큰 배와 함께 기념비도 보였습니다.
특히 이 작전은 ‘학도병 772명’이 주축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깊습니다. 이들은 정규군이 아닌 임시 징집된 학생들이었으며, 실제 전투 경험이 거의 없었으며 당시 장사상륙작전의 주 임무는 북한군 제5사단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해안 일대에 혼란을 주어, 주력인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의 시선을 동해안으로 붙잡아 두는 양동 작전이었습니다.
이 학도병들은 악천후와 거센 북한군의 공격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며 큰 희생을 감수했습니다. (참고: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이렇게 기념비에는 작전의 개요와 의의, 그리고 희생자 명단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동일 이름은 한자로 다르게 표기했고, 이름이 잘못되어 수정된 흔적도 있었으며, 군번이 비석에 새겨진 분들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공원 앞 조각상을 보았는데, 아들과 저는 그 자리에 서서 파도 소리와 함께 조각상 뒤로 보이는 문산호가 장엄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출처: 장사상륙작전 전승 기념공원-직접 촬영
아들이 여행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으며, 소소한 산책과 역사적 장소 탐방을 통해 아이의 사회/역사 과목에 대한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관람료 정보와 당황했던 순간
우리는 발길을 옮겨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으로 향했는데 관람 안내에 도착해서야 관람료를 확인했는데, 솔직히 조금 당황했습니다. 다른 기념관이나 관람 시설은 대부분 몇천 원이거나 무료였기에 당연히 여행 전에 알아보지도 않았거든요.
막상 확인해 보니 관람료는 생각보다 높은 편이였으며, 혹시나 안내판 정보가 옛날 것이 아닐까 하여 공식 홈페이지를 재차 확인해 보았는데, 아래와 같이 동일한 요금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1️⃣ 성인 (19~64세): 10,000원 (감면 8,000원)
2️⃣ 군인, 중고생 (14~18세): 8,000원 (감면 6,000원)
3️⃣ 어린이 (8~13세): 5,000원 (감면 3,000원)
4️⃣ 경로우대자 (65세 이상): 5,000원 (감면 3,000원)
물론 감면 대상자(10인 이상 단체 관람, 특정 시군 거주자 등)나 면제 대상자는 할인이 적용되지만, 저희처럼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한 일반 가족이라면 예산을 초과할 수 있습니다(참고: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이 정보는 [2025년 11월] 기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되었으나 관람 요금은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시점에 다시 확인하세요.
혹시나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에 올 계획이 있다면, 예산 계획을 위해 꼭 관람료와 번거로운 감면/면제 조건을 미리 확인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출처: 장사상륙작전 기념관 관람료-직접 촬영
장사해수욕장에서의 소박한 점심 식사
기념관을 모두 구경하고 나오니 왼쪽에 현수막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차장처럼 보이는 공간이었는데, ‘캠핑카, 차박, 야영금지’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이라면, 절대 주차장에서 동해 바닷가를 볼 수 있다고 캠핑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는 기념공원에서 나와 다시 걸어서 장사해수욕장 쪽으로 이동 하다가 편의점이 보여 컵라면 두 개와 소시지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사실 저희가 장사역으로 누리로 기차여행을 온 것은 지역 맛집 탐방이나 근사한 점심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하루 만에 새로 생긴 역사도 구경하고 바닷가 풍경과 산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사적 교육 현장을 탐방하는 것이 목적이었거든요.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아들과 함께 먹는 뜨거운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는데 푸른 바다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소박한 점심을 즐겼습니다.
동해안을 따라 아들과 특별한 산책
동해안 자전거길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 풍경

출처: 남정면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 풍경-직접 촬영
우리는 당일치기 기차여행이라 누리로 막차(동대구 방면 17:05) 시간에 맞춰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수욕장 도로 옆 인도를 따라 동해안 바닷가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걸었는데 그렇게 걷다 보니 국토종주(부산) 동해안 자전거길이 보였습니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며 아들과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고, 동해안 바닷가의 시원한 향기가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즐겁게 했습니다. 주변에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정겨움이 가득했고, 파도 소리와 발소리만 들리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들과의 기차여행이 준 일상의 소중함
기차여행은 운전 대신 걷고, 보고, 느끼는 모든 과정이 아들과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던것 같은데 동해안을 따라 걸으며 나누었던 사소한 이야기들, 기념관에서 함께 읽었던 숭고한 역사 이야기는 스마트폰이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값진 교육과 추억이었습니다.
이번 기차여행은 아들과 저에게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느리고 여유로운 리듬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다음은 가족 기차여행을 기약하다
우리는 다시 시골 마을을 지나 장사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누리로 열차에 몸을 실어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아들은 오늘 보았던 장사상륙작전에 대해 다시 이야기했고, 저는 뿌듯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여행은 포항역에서 구룡포 일본인 거리로 우리 가족 모두 함께 기차여행을 다시 가기로 약속하며, 이번 아들과의 당일치기 역사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기차여행은 일상에 새로운 리듬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앞으로도 당일치기 기차여행을 자주 다니기로 다짐했습니다.
장사 해수욕장 주변의 실용적인 팁

출처: 장사 해수욕장 작은 터널-직접 촬영
장사 해수욕장 정류소 맞은편을 보면 4차선 도로 아래로 터널 같은 길이 있습니다. 이 길은 소형차 정도는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는데, 이 길이 일종의 지름길이 됩니다.
특히 이 터널을 지나가다 보면 벽면에 민박 정보가 안내판으로 붙어있으니 참고하면 좋은데요. 주소와 연락처, 객실 수, 연중 이용 가능 여부 등이 상세히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가사리쌀 체험, 장사 5일장이 열리는 시장으로 가는 길, 등산로, 마을 테마 길 등 이 지역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정보도 나열되어 있었으니 장사해수욕장 여행에 참고하시면 좋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