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고 하면, 짐이 한가득이고 운전하느라 진이 빠지는 경험부터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저 또한 예전에 그랬거든요. 그런데 몇 번 기차 여행을 해보고 나서는 생각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분명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돌아와 보면 아이들보다 제가 훨씬 더 편안하고 마음이 놓이는 기분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물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기차라는 특별한 공간이 주는 환경 덕분에 예상치 못한 여유와 힐링을 제가 얻게 되는것 같았습니다.
이 글은 사실 아이들을 위한 기차 여행 속에서, 부모인 제가 몰래 발견했던 휴식과 재충전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혹시 아직도 자동차 운전대를 잡을지 말지 고민하고 계시다면,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차 여행이야말로 부모가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과 추억의 선물 아니겠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차를 매개로 온 가족이 편안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기차 여행이 되었으면 합니다(여행 상품은 코레일 공식 홈페이지 기차여행을 참고하세요).

출처: 아이들과 기차 여행-직접 촬영
기차 안에서 발견한 뜻밖의 여유와 감정
기차 안은 좁은 듯하면서도 묘하게 아늑한 공간이잖아요. 낯선 듯 익숙한 기차의 환경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되는 만큼, 부모에게는 잠시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편안함을 주기도 합니다. 기차가 내는 특유의 소리와 흔들림 속에서 아이와 함께 이 공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오히려 마음을 놓게 만들 때가 있더라고요.
집에서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로가 늘 쌓였던 것 같은데 기차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부모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게 되는 거죠.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답니다.
좁은 좌석이 주는 예상치 못한 가족 간의 밀착
기차 좌석은 아무래도 공간이 딱 한정되어 있어 넓은 자동차 뒷좌석이나 집처럼 자유롭지는 못하죠. 그런데 오히려 저는 이 좁은 공간 덕분에 아이들과 평소보다 더 가까워지게 되더라고요. 어깨를 맞대고 앉는다거나, 아이가 제 무릎을 베고 잠이 드는 그런 순간들 말입니다.
보통 평소 집에서는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이렇게 온전히 밀착할 시간이 적은데, 좁은 좌석이 만들어준 밀착이 오히려 따뜻한 기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이의 작은 머리가 제 다리에 느껴질 때, 잠시나마 모든 걱정을 잊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의 체온이 느껴질 때 오는 안정감과 짧은 밀착의 순간들이 여행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좁은 공간을 자기들만의 놀이 공간으로 삼아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곤 하잖아요. 만약 좌석이 마주 보는 가족석이라면 작은 돗자리를 펴고 소풍 온 듯한 분위기를 낼 수도 있고요.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든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기차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거나 시골 풍경을 지날 때가 많거든요. 그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게 되고,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에 연신 “와!” 하고 탄성을 지르거나,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거예요.
저도 아이들과 가족 기차 여행에서 그 모습을 따라 창밖을 보게 되었던 것 같았은데 아이들이 스마트폰 없이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부모인 저에게는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저도 잠시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는게 되고요.
이런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움직이는 그림책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구름 모양이나 지나가는 동물 이름을 맞춰보는 소소한 놀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이 주는 좋은 점이고 아이들에게 세상의 다양함을 가르쳐주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출처 가차 창밖 풍경보는 아들-직접 제작
기차 특유의 흔들림이 주는 묘한 안정감
기차가 달릴 때 느껴지는 그 규칙적인 소리와 잔잔한 흔들림이 있습니다. 이 리듬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마치 따뜻한 요람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우리 아이들이 이 흔들림 속에서 스르륵 잠드는 경우가 참 많은데, 그때 찾아오는 조용함은 부모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이잖아요. 기차 소리가 일상에서 듣는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배경 음악처럼 느껴질 때, 비로소 육아의 긴장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붙이거나 아니면 책을 읽을 여유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규칙적인 반복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죠? 좌석에 몸을 편안하게 기대고 눈을 감으면, 잠시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안정감 덕분에 저는 평소보다 훨씬 깊고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따뜻한 햇살이 창으로 들어올 때면 그 평화로움이 두배가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여행 준비부터 느껴지는 부모의 해방감
기차 여행은 자동차로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게, 준비하는 단계부터 부모에게 상당한 편리함을 미리 선사합니다. 복잡하고 이것저것 신경 쓸 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니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은 기차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인 것 같아요.
‘엄마, 아빠 역할’ 잠시 내려놓기
자동차 여행을 할 때는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에 집중해야 하고, 옆에 탄 부모는 아이들의 안전부터 간식, 심지어 길 안내까지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차를 타면 부모 모두가 아이들을 돌 볼수 있으니 힘든게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운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니까, 아이들 옆에서 똑같이 창밖을 구경할 수 있고, 간식도 함께 웃으며 먹을 수 있으니 온전히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거나, 아니면 잠시 넋 놓고 쉴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거죠. 온전한 여행자가 되는 그 순간, 육아로 지쳤던 어깨의 짐을 잠시 내려놓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도 아이와 함께 기차의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 오는 소소한 재미를 누릴 수 있어 책임감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는 것 외에 추가적인 역할을 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참 컸습니다.

출처: 아이들과 기차 여행-직접 제작
복잡한 운전의 부담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장거리 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된 일인데 아이들이 차 안에서 칭얼대기라도 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런데 기차를 타면 운전의 부담감이 많이 사라집니다. 길 막힐 걱정이나 운전 중에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으니 기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이미 편안한 여행이 시작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신문을 보는 여유는 운전하면서는 느낄 수 없는 귀한 시간이며 특히 아이가 혼자 자리에서 조용히 놀 수 있게 되었을 때 오는 평화로움은 운전을 하지 않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아요. 부모는 마음 놓고 쉬고, 아이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운전에 쏟아야 했던 에너지를 이제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던거 같은데요 운전 때문에 놓쳤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도 있으니 피로감 없이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해방이었습니다.
간편해진 짐과 가벼워진 마음
자동차 여행을 할 때는 짐을 최대한 많이 챙기게 되잖아요. ‘혹시 몰라서’라는 생각으로 트렁크가 가득 차기 마련이죠. 그런데 기차 여행은 짐을 우리가 직접 끌고 다녀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자연스럽게 짐을 최소화하게 됩니다.
필요한 것들만 챙기게 되니까, 여행 자체가 간결해지고 짐에 대한 부담감도 확 줄어들어요. 짐이 가벼워진 만큼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지는 것 같은데 최소한의 짐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짐이 줄어들면 아이를 돌보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기차역에서 짐을 찾거나 부칠 때도 불필요한 무게가 없으니 훨씬 수월했고요. 딱 필요한 만큼만 챙기는 미니멀한 여행을 저도 모르게 실천하게 되니 작은 캐리어 하나만 끌고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편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차가 멈춘 낯선 곳에서 얻는 재충전
기차가 잠시 멈추는 곳, 그러니까 우리가 도착한 여행지에서도 기차 여행만의 특별한 경험이 그대로 이어지더라고요. 시내 중심이 아닌 조금 외곽에 위치한 역 주변의 소박한 풍경들이 부모인 저에게 새로운 위안과 발견의 즐거움을 안겨주는거 같았습니다.
역 밖으로 딱 나서는 순간 느껴지는 공기가 여행의 설렘을 더하는 것 같았고 우리가 익숙했던 도시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일상 탈출의 가장 큰 의미이지 않겠어요? 복잡한 관광지 대신, 지역 주민들의 소소한 삶이 녹아 있는 곳을 조용히 걸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잊고 있던 옛날 간이역의 정취
KTX가 아닌 무궁화호나 ITX 같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작은 간이역에 잠시 멈출 때가 있잖아요. 최신식 역과는 확연히 다르게, 낡고 소박한 간이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이런 역에서는 왠지 모르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편안한 정취가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풍경일지 몰라도, 부모에게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잠시 역 벤치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그 여유 자체가 특별한 재충전이 되는 거죠. 잊고 있던 순수한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듯 간이역 특유의 고요함이 마음속의 소란을 잠재워 주는 것 같고요.
역 주변을 둘러싼 작은 꽃밭이나 낡은 매점 간판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역 주변의 작은 마을을 잠시 탐험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역 주변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듯했습니다.

출처: 기차역에서 탑승-직접 제작
아이와 함께 발견한 동네의 숨은 맛집
기차역 주변의 동네 식당들은 관광지 중심에 있는 화려한 식당들하고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잖아요.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소박하고 오래된 맛집들이 그 근처에 있거든요.
역에서 내려 아이와 함께 동네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국밥집이나 분식집 같은 곳에서 먹는 식사는 여행에 또 다른 색다른 재미와 화려함은 없지만 진솔하고 푸짐한 맛에서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그런 소박한 맛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되고요.
현지 주민들이 알려주는 소소한 정보는 덤으로 얻게 되는데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정갈한 맛과 푸근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 이 지역의 맛을 경험했다는 뿌듯함도 있습니다.
천천히 걷는 즐거움, 자동차 여행과는 다르죠
자동차 여행은 물론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기차 여행은 역에 도착한 후부터는 일단 걸으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자세히 둘러보게 되는데, 이때 비로소 여행지 본연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겁니다.
자동차 안에서는 놓쳤을 작은 간판이나 골목길에 핀 꽃 같은 것들을 아이와 함께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고 이렇게 천천히 걷는 행위 자체가 육아와 일상에 지쳤던 부모의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우리가 슬로우 라이프를 제대로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죠.
아이들이 걷는 속도에 맞춰 걸을 때 느껴지는 평온함이 있고, 걷다 보면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벽화나 예쁜 정원도 우연히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여행지에서의 이동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움의 일부가 되는 좋은 경험인것 같았습니다.
기차 시간 맞추기가 주는 삶의 리듬감
기차 여행은 정해진 기차 시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데 저는 이 규칙이 오히려 부모에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데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인데, 기차 시간은 우리에게 전체적인 방향이 되어주니까요.
시간에 맞춰 역으로 가고, 기차를 기다리고, 다음 기차 시간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잊고 있던 삶의 규칙적인 리듬을 되찾아주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건 시간 약속을 지키는 소소한 긴장감과, 그 규칙 속에 몸을 맡길 때 오는 해방감이 교차하는 경험이죠. 정해진 틀이 오히려 자유를 줄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기차 시간에 맞춰 움직이니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짜여져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전혀 없으니 늦으면 안 된다는 긴장감과 동시에, 제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일정 속에서 저는 오히려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