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역은 일반적인 관광 안내 책자에서는 이 역 이름을 찾기가 어려운데요 정작 유명한 불국사 앞 버스 정류장은 언제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데, 여기 불국사역은 정말 조용하죠. 그런데 지금은 안타깝게도 여객 영업이 중단된 폐역이 되었는데 KTX 경주역 같은 새로운 교통 중심지에 밀려 완전히 조용해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는 기차가 더 이상 서지 않는 이 곳을 불국사를 보려는 목적보다는, 오히려 폐역 주변에 남아있는 레트로 감성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불국사역을 찾아가 보았는데 역시나 역에 도착하니, 낡은 역사 건물과 텅 빈 승강장이 그동안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더라고요. 마치 어느 한 시절이 통째로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조금 쓸쓸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이곳이 왜 폐역이 되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교통 환경 속에서, 방문자가 많지 않고 작고 느린 기차역은 결국 자기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고 역 주변의 조용한 풍경을 걸어보니 참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공간이 예전 어릴때 기차역이 생각나는 7080 노래가 절로 생각나더라고요.
결국 폐역을 둘러보는 건, 그 지역의 숨겨진 역사를 경험하는 일이 되는 일인데 저는 이곳에서 기존의 북적이는 경주 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경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화려한 유적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솔직한 옛 공간의 매력이랄까요.? 아무튼 불국사역 방문은 복잡한 인파를 피해 조용히 경주의 과거를 느껴보고 싶다면, 시간을 내서 가볼 만한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불국사역-직접 촬영
불국사역이 가져다 주었던 소중한 기억
역이라는 공간은 결국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던 곳이잖아요 수많은 추억이 쌓인 공간일건데 불국사역을 걸으면서 저는 이 역이 이 동네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의미였을까 생각하게 되었는데 기차가 다니지 않는 지금도, 그 기억만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계속 흐르고 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불국사 관광의 관문이었던 시절의 활기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불국사역은 경주 여행을 대표하는 정말 중요한 관문 중 하나였다고 해요. 당시에는 불국사를 찾던 수많은 관광객들이 기차를 타고 이 역에서 내리곤 했다는데 이 지역 주민들 역시 이 역을 통해 울산이나 포항, 그리고 멀리 서울까지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곳은 단순히 먼 거리를 이어주는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거겠죠.
이처럼 불국사역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으니 역 앞에는 자연스레 여러 식당과 숙소, 그리고 상점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을 거고 이로 인해 역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하네요. 그 시절에는 불국사역은 지역민들의 활발한 거래와 만남이 일어나는 중요한 장소였을 테며,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시간은 아마도 동네의 하루 일과에서 가장 분비는 사람들로 복작지글 했을겁니다.
이렇게 승강장을 부지런히 오가던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지역의 생동감이 절로 느껴졌을 그 시절을 잠시 상상해봤으나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이 조용하고 쓸쓸한 분위기와는 정말 많이 달랐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 주변의 상권은 기차 이용객들을 주요 손님으로 해서 주말만 되면 시골 5일장처럼 활발하게 운영되었을 건데 아마도 지역 특산물을 파는 노점상이나,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들이 성업했을 것같은데 그 옛날의 활기찬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해지네요.
부모님들과의 불국사 기차 여행
불국사 폐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당연하게도 굳게 닫힌 역의 문이였는데 문을 열어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시간이 멈춘 공간이라는 것을 문 앞에서부터 확 실감했습니다. 역 건물 옆에는 정자와 우거진 나무들과 코레일 한국철도 안내문은 오래전 붙여 놓았는지 찢어진 체 붙어 있는데, 정자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면 폐역이라 그런지 인근 가계를 이용하는 분들이 편하게 주차장으로 쓰고 계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참 현실적이면서도 조금은 낯설었습니다.

출처: 불국사역 앞 찢어진 안내문-직접 촬영
근데 그 옆에 서 있는 오래된 공중전화 박스를 보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저릿하더라구요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있으니 공중전화를 쓸 일이 없지만 어릴 적 부모님들과 함께 통일호나 비둘기호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더라구요. 옛날 기차를 기다리며 동전 넣고 전화를 걸었을 그 시절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아, 이곳이 정말 단순한 폐역이 아니라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자주 지나쳤었지만, 왜 이 역을 한번 이용해볼 생각을 안 했을까 하는 후회가 조금 들더라고요.
수학여행과 가족여행의 행복
어릴적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상징과도 같았던 불국사 앞 유스호스텔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지인들과 단 10명만 예약했는데도 유스호스텔 무대랑 노래방 기계, 숙소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끼리만 써서 편하긴 했지만, 예전 수학여행 때 몇 백 명이 함께 모여 복작거리던 활기찬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왔는데요 불국사 폐역과 KTX 경주역, 경주역이 서경주역으로 옮기면서 얼마나 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겠더라구요.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이곳에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았는데 불국사역이 사라질 무렵의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걱정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 주변 식당 사장님들은 역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시며, 변화된 환경에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폐역이 된 불국사역의 레트로 감성
지금 불국사역을 찾아가 보면, 기차가 떠난 후에 남겨진 쓸쓸함. 뭐랄까.. 어릴적 가로등이 많이 없던 시절 밤 저녁 거리 같은 적막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텅 빈 공간과 빛바랜 기록들 속에서 이 역이 겪어온 시간들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불국사역이 폐역이 된 공간을 탐방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그 지역의 숨겨진 역사를 느끼는 경험이 되는 것같습니다.

출처: 불국사 가는 길-직접 촬영
폐역 주변 상권에 남겨진 오래된 흔적들
불국사역이 오늘날처럼 쇠퇴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자가용 소유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과 전국적인 고속도로 건설이었을 겁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기차 대신 자동차를 이용해서 경주를 방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죠.
다른 것보다 수학여행이나 단체 관광객은 대형 버스나 승합차를 이용해서 불국사 바로 앞까지 손쉽게 접근하는 게 가능해지며, 불국사역이 가진 역할은 자연스레 축소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아이들과 불국사 앞에 조성된 불국공원에 가끔씩 돋자리를 가지고 나들이를 가볼때가 있는데 지금 현재도 불국사로 올라가는 입구는 편도 2차로인데 불국사 주차장만 만차일 뿐, 올라가는 길은 특정 날이 아니면 한산했거든요.
그리고 KTX 경주역이 개통되면서 새로 놓인 철로는 노선을 변경하거나 혹은 불국사역을 아예 비껴가게 만들어져서 결국 2021년에 여객 취급이 공식적으로 중단되면서 불국사역은 더 이상 여객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역 주변의 상권도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불국사역 앞 3거리에서 불국사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유스호스텔이나 모텔같은 경우는 외벽 페인트가 오랜새월에 벗겨져 있고 고장난 네온사인 간판만 몇글자만 조명이 들어는 곳도 있고 텅 비어버린 점포들의 굳게 닫힌 셔터가 불국사역의 쓸쓸함을 더욱 강조하는 듯했습니다. 또한 일부 상가 건물에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폐역 이후 상권 침체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멈춘 듯한 녹슨 철로
불국사역 승강장에 가기전 시동로 방면으로 가면 이전에는 철길 건널목이 있었지만 지금은 도로포장이 되어 있는데 그 거리에 서서 두개의 철로 풍경은 꽤나 인상적이었어요. 기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철로라 군데군데 붉게 녹이 슬기 시작했으며, 그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와 틈새에서 힘겹게 자라난 잡초들은 이곳에 시간이 멈췄음을 증명해주는 듯했습니다.
기차가 자주 다닐 때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불국사 폐역 철길 주변의 작은 돌멩이나 질긴 풀뿌리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며 서성였을 그 공간이 지금은 아무도 없는 완전한 정적 속에 잠겨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출처: 불국사역 녹슨 철로-직접 촬영
빛바랜 추억의 불국사 역사
현재는 아무도 치우지 않은 불국사역 앞 우거진 나무에서 떨어진 낙옆들과 건물 외벽에는 빛이 바래서 색이 희미해진 벽면과 입구와 창문을 막아 놓은 블라인더, 그리고 오래된 안내문들과 현수막이 세월의 흔적을 담은 채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이미 쓸모 없는 안내들이었지만, 저는 그 안내문들을 아무 이유없이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출입금지하는 철망 넘어로 보이는 나무 한그루는 1918년 11월 1일에 불국사 영업개시 당시 심었던 향나무가 벌써 100살이 넘었다는 간판과 함께 얼마나 오랜 시간 불국사역을 지켜왔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아직 저 나무가 튼튼히 자라는 모습이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쓸쓸히 폐역이 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선로 옆에 서있는 것이 외로워 보였습니다.

출처: 불국사역 향나무-직접 촬영
낡은 대합실의 창문이나 매표소의 흔적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들었을 옛날 통일호를 타기 위해 기차 역에서 표를 들고 역무원에게 표를 건네던 과거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었는데요. 옛날 나무로 만들어진 낡은 대합실 의자에 수많은 이들의 기다림이 스며들어 있는 듯했고요. 건물 외벽에 페인트가 벗겨진 자국이나 녹슨 우편함 같은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이 역이 걸어온 긴 시간들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폐역이 가져다준 멈춰 버린 낭만
불국사역은 여객 취급이 중단되어 폐역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버려진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역 건물 주변이나 승강장의 일부 공간은 지역 주민들이나 혹은 철도 동호인들의 기억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듯한 흔적들이 보였어요. 일부 벽면에는 역을 추억하는 작은 글귀나 메모들이 남아있기도 했고요.
공식적인 사용은 없어졌지만 이 역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옛 추억의 공간임을 보여주는 곳으로 작은 메모들에서 이 역을 아끼고 오랜 시간 이용했던 사람들의 따뜻한 추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국사역은 이제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은 잃어버렸으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추억의 가치는 여전히 남아있는 역이었습니다.
역 주변 건물 풍경은 오래된 7080 특유의 고전양식 벽돌과 창문, 그리고 한옥 지붕들과 벗겨져 있는 페인트와 철문들은 유명 관광지인 불국사의 화려함과는 사뭇 다른,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잊혀진 역 주변에서 발견한 평범하면서도 오랜 시간을 견뎌온 동네의 풍경은, 북적이는 관광지 경주와는 다른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