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간이역을 찾아서 안강역이 간직한 지역 이야기

혹시 경주 여행이라고 하면 불국사나 황리단길이 많이 떠오를 겁니다. 사실 경주 외곽에도 의미 있고 조용한 장소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안강역이라고 보는데 왜냐하면 KTX가 다니는 경주역과는 완전히 다르게, 기존의 안강역은 폐역이 되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옛 간이역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과거에는 포항과 경주를 잇는 꽤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구역사가 폐역이 되었고 새로운 역은 하루에 몇 번만 기차가 잠시 멈추는 아주 조용한 동네 역이 되었는데요 폐역이된 역사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이 동네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그리고 이곳 사람들이 어떤 소박한 삶을 살았는지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안강역이 들려주는 소박하고 정겨운 지역 이야기에 한 번 귀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이 역이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춤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시간 여행의 문을 열어주는 곳이라고 생각되며 이곳에 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폐역이 된 안강역 주변 방문을 조용히 권해 봅니다.

폐역이된 구 안강역 역사

출처: 폐역이된 구 안강역-직접 촬영

역 주변 동네의 이야기: 사람들의 삶

역이라는 공간은 결국 사람들의 삶과 가장 깊숙하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곳이잖아요. 현재 폐역이되고 공사중인 구안강역사 주변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과거 기차가 이 동네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것 같았는데 포항이나 경주 시내 쪽으로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었을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도 찾지않는 구 역사 주변을 보고 있노라면, 옛날의 북적거리던 모습이 저절로 상상되기도 하는데요 기차 소리가 일상생활의 소음이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역을 중심으로 펼쳐졌을 수많은 만남과 그리고 아쉬운 이별의 순간들이 느껴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역사는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람들의 따뜻한 추억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공간이었을 겁니다.

폐역된 구 안강역사 앞 풍경

출처: 폐역된 구 안강역사 앞 풍경-직접 촬영

포항-경주를 잇는 통근과 학생들의 기억

안강역은 예전부터 포항과 경주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는데 안강읍에 사는 학생들이 기차를 타고 경주 시내 학교까지 통학했던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일상으로 새벽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던 직장인들도 분명 많았을 겁니다.

지금은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해졌지만, 그 시절에는 기차를 타지 않고서는 이동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이었을 텐데 좁은 기차 안에서 오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시험 걱정을 하던 소소한 추억들이 이 안강역에는 가득 쌓여 있을 것 같거든요.

지금처럼 속도가 빠르진 않았겠지만, 그 시절에는 빠른 이동 수단으로 얻었던 여유나 사람들 간의 정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역으로 바쁘게 달려가던 아침 풍경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합니다. 늦으면 지각이라 발을 동동 구르던 학생들의 모습도 있었을 거고, 군부대가 있어 휴가나가는 군인과 복귀시간이 늦어서 안절부절 바쁘게 뛰어갔을 군인들도 있었을 거구요. 어찌보면 이런 열차 안에서의 풍경은 그 시절 안강 사람들의 역동적이었던 하루를 보여주는 단면이었을 것 같네요.

안강장과 역전 상권의 흥망성쇠

역 앞과 주변에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기 마련일텐데요 구 안강역 앞에서 조금만 더가면 아주 활발했던 안강장과 역전 상권일텐데 우리 가족이 방문 했을때는 장날이 아니라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군데 군데 앉아서 나물과 과일등을 팔고 있었는데요 예전에는 기차를 타고 이 동네로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기차를 타러 나가는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던 그런 곳이었겠죠.

기차가 물류를 실어 나르면서 장터는 더욱더 활성화되었을 테고, 역전 식당이나 다방 같은 곳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거예요. 명절 때나 장날에는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겠는데?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예전에 어릴때 방문했던 안강시장만큼 활발하지는 않겠지만, 남아있는 오래된 간판이나 낡은 건물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 그 북적이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이 났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서 역전 상권도 흥하고 또 쇠하는 과정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가 되는 거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몇몇 노포분들은 현 시대에 맞게 음식점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아직 리어카에 국수를 파는 곳도 남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폐역된 안강역사 주변 안강시장 분식점에서 가족들과 함께

출처: 가족들과 안강역사 주변 분식점에서-직접 촬영

제철 산업과 군부대가 남긴 지역 문화

안강읍은 포항제철소하고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잖아요. 제철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으로 모여들었을 겁니다. 이분들이 안강역을 통해서 오고 가셨을 테니까, 역은 단순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활력을 상징하는 곳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안강읍에는 군부대도 있어서 독특한 지역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군인들이 외출이나 휴가를 나올 때 당연히 안강역을 이용했을 테니, 역 주변 식당이나 술집은 그분들 덕분에 활기가 넘쳐났을 겁니다. 산업 일군과 군인들의 힘찬 활력이 만들어냈던 역동적인 문화는, 경주 시내의 다른 지역들과는 확연히 다른 안강만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산업적인 배경과 군사적인 배경이 안강이라는 동네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는데 경주 시내의 그 고즈넉함과는 또 다른, 생활 밀착형의 강인한 느낌이 안강에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역 근처에서 왠지 모르게 묵직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게다가 이곳이 6.25 전쟁 당시에 안강지구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평화로운 지금의 풍경이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안강역의 과거와 현재: 시대의 흔적

안강역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역이 단순히 기차가 잠시 멈추는 곳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변화를 고스란히 겪어왔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어요. 비록 현재는 공사중으로 역 안에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폐역이된 밖에서 구조나 시설을 보면 내가 살아온 나이만큼 이 역사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수 있었는데요. 현재 새롭게 건설된 안강역을 보면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이 세상이 바쁘게 움직여 진다는 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현재 안강역은 안강읍의 중심지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긴 하지만, 이 지역의 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장소인듯 합니다. 새롭게 건설된 이 역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꼼꼼하게 기록해 둔 일기장 같은 곳인 데요 주말에 우리 가족이 방문했을때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조용하게 안강역사 주변을 둘러보고 따뜻한 햇살아래 살랑이는 화단의 꽃들도 보고 해서 좋았습니다.

안강역 입구

출처: 새로운 안강역 입구-직접 촬영

KTX 개통 이후 간이역으로의 변화 과정

KTX 고속철도가 등장하면서 경부선이 경주역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편되면서 안강역은 자연스럽게 주요 노선에서는 멀어지게 되었고, 기차가 멈추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역이 말 그대로 간이역처럼 조용해진 것이죠.

옛날에는 사람들로 붐볐던 승강장이 새롭게 지어진 깔끔한 역사인데도 주말인 이 시간에도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이 돼버렸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변화가 안강역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도움을 주리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급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시골 역만의 조용하고 잠시 멈춰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안강역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 속에도 수많은 기차들의 진동이 아직도 이 공간에 남아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간이역이다 보니 사고 예방을 위해 기차를 타는 입구는 안내 표지판과 라인으로 막아둔 상태라 아쉽게도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역무실 안에 들어가니 기차가 오지 않는 시간에는 근무자 출장 중이라는 안내문구와 열차승차권 구입안내가 있어서 보니, “안강역에서는 직원이 승차권을 판해마지 않습니다. 승차권 구입이 필요한 고객께서는 코레일톡, 홈페이지 또는 열차 승차 후 승무원에게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를 보며 현 스마트시대가 옛날 창구에서 표를 구매하는 정겨운 모습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개통과 산업 물류의 중심

안강역은 1918년, 일제강점기 시절에 폭이 좁은 협궤 철도인 경동선의 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는데 그때부터 포항과 영천, 경주를 서로 잇는 아주 중요한 산업 물류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거죠.

근처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광산물 같은 것들이 기차를 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실려 나갔을 테니, 이는 안강이라는 곳이 단순한 농촌 마을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역사적으로 아픔이 담긴 개통 배경이긴 하지만, 한때 이 지역 산업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기찻길을 따라서 쉼 없이 실어 나르던 물건들의 이야기가 폐역이된 구 안강역사에 깊숙이 스며있는 듯 곡물이나 석탄 같은 것들이 이곳을 지나 전국으로 퍼져나갔을 테니, 이 역의 중요성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경북선과 동해남부선 교차점으로서의 역할

안강역은 한때 경북선과 동해남부선(지금은 동해선)이 서로 교차하거나 아주 가깝게 인접했던 중요한 지점이었습니다. 여러 철도 노선들이 이리저리 얽히면서 교통의 요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거잖아요. 덕분에 안강은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반드시 거쳐가야만 하는 통로 같은 곳이 되었을 겁니다.

기차 노선이 여러 갈래로 연결되는 지점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굉장히 활발했다는 증거가 되고요. 안강역이 가졌던 지리적인 중요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정말 수많은 기차들이 끊임없이 이곳을 지나쳤을 거예요. 철도 교통의 중심지였던 시절의 위엄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심지어 1992년에는 새마을호까지 이곳에 정차했다니, 그 시절 안강역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안강역과 여행의 의미

지금 이 순간 폐역이된 구 안강역을 찾아가 보는 것은, 마치 우리 과거를 천천히 되짚어보는 일과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잊혀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소박한 삶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안강역을 중심으로 느릿느릿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는 것은, 경주 시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화려함보다는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현재 안강역은 안강읍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미리 버스 노선이나 택시에 대해 알아보시고 방문해야 할듯 합니다(아래 버스 노선 참고).

안강역 버스 노선 안내

출처: 안강역 버스 노선 안내-직접 촬영

안강읍을 관통하는 새로운 여행 동선 제안

안강역을 중심에 두고 안강읍 곳곳을 관통하는 새로운 여행 코스를 직접 짜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데요 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안강장터 주변에 내려 천천히 둘러보고, 조용하고 정겨운 동네 골목을 걸어보시며, 시골 고유의 풍경과 아직 70~80년대 레트로 감성의 건물들도 많이 있답니다.

경주 시내의 관광지들처럼 볼거리가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소박한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안강읍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안강읍에는 오래된 건물들이나 관광 책자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숨겨진 식당들이 있는데요. 여기서 포항에서도 찾아 온다는 식당이 있는데 와이프와 15년 전에 와서 먹었던 돼지 두루치기 식당은 현재도 만석이어서 먹지 못하고 분식점에서 점심을 해결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곳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것이야말로 진짜 재미있는 여행인데요 여러분만의 안강읍 탐험 코스를 한번 만들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이처럼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이 자유로운 여행이지 않을까요?

참 안강읍 인근에는 양동마을이나 옥산서원 같은 곳도 있어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아주 가깝게 갈 수 있으니 함께 묶어서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역사를 지키는 주민들의 노력

지금 폐역된 안강역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남아있는 데는, 분명 이 지역 주민들의 끈끈한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역을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시설이 낡아갔더라도, 주민들은 이 역을 자신의 삶의 아주 중요한 일부로 여겨왔을 거니까요. 하지만 지금 공사중인데 아쉽게 어떤 공사인지 공사내용을 보지 못하고 왔는 것이 후회가 되네요.

비록 역사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역 건물이나 주변 환경에는 그들의 깊은 애정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는데요 조용하고 쓸쓸해 보이는 폐역사 이지만 이 역이 안강 분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분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들이 지금 이 구 안강역을 아예 볼 수 없었을 테니까요.

새로운 안강역이 구 안강역이 가진 모든 시간의 흔적을 결국 지역 주민들의 끈끈한 삶과 함께 지켜져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는데 지금도 무궁화호, 누리로가 이곳에 필수적으로 정차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역 주변의 조용한 농촌 풍경

안강역 주변을 둘러보면 드넓게 펼쳐진 평야와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요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을 때 방문하기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승강장이나 쾌적한 환경인 대기실에 앉아 보시면 우측 통유리창 옆으로 갈대 나무가 아름답게 있고 편리하게 영문과 한글로 기차 시간표가 디지털 화면으로 나오기 때문에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스마트한 현재 시대에 앉아 있는 오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주의 화려하고 웅장한 문화유산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소박한 농촌의 풍경을 즐기는 것도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조용히 사색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안강역 주변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은데 시골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마음을 정말 차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풍경들이 때로는 큰 위안이 되는 곳으로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이 펼쳐지는 모습이 정말 장관일듯 합니다.

안강역 대기실

출처: 안강역 대기실-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