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주 기차 여행객들은 첨성대나 황리단길을 목적지로 삼지만, 저희 가족은 조금 특별한 여정을 계획했습니다. 바로 중앙선 고속화로 새롭게 태어난 아화역의 현대적인 모습과, 기차가 멈춰 선 구 아화역 및 폐 건천역의 쓸쓸한 과거를 함께 느껴보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오래된 멈춤이 공존하는 두 역을 오가며, 아이들과 함께 우리 가족만의 깊은 추억과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 아화역에서 구 역사를 걸어 답사한 후, 택시를 이용해 폐 건천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으로부터 두 역의 통합 과정과 마을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기차가 끊긴 자리를 이제 자동차가 대신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상념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저희 가족이 경험한 폐역 답사 여정의 감상과 함께, 이 독특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출처: 폐역이된 건천역 앞에서-직접 촬영
폐역 답사 아화에서 건천까지의 역사적 흐름
아화역에서 건천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그냥 다음 장소로 이동했던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평소와 달리 엄마 아빠 차가 아닌 오랜만에 타는 택시를 즐거워했습니다.
평소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것을 볼 기회가 없었으니, 아이들은 호출 과정을 신기해했습니다.
한때는 두 역이 철길로 연결되어 기차가 다녔을건데 지금은 버스, 택시, 그리고 자가용으로 가야만 갈수 있는 거리가 되었는데 기차가 끊긴 자리는 자동차가 건천과 아화를 연결해 주고 있었습니다.
아화역 기차 여행과 함께한 건천역 방문
저희 가족이 아화역으로 기차 여행을 온 것은, 주말이면 현대식 놀이가 즐비한 공원이나 놀이터, 아니면 게임과 스마트폰에만 빠져 지내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주면서 역사 공부를 겸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새로운 역의 현대적인 모습과 폐역된 구 역사의 모습, 그리고 주변 상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걷는 것을 기대하며 여행을 왔는데요.
그렇게 시골 풍경을 보면서 길을 따라가다가, 아이들에게는 폐역이라는 개념이 아마 생소했을 겁니다. 또 다른 폐역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건천역 입구 앞에 서니, 지금은 상점이나 노점, 음식점 하나 없는 텅 빈 도로와 우거진 잡초만이 무성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 여기 어디야?”라고 말했고, 그냥 여행 자체가 즐겁게 느껴지고 있었지만 와이프와 저는 길가에 서서 옛날이야기를 떠올리며 옛날 우리가 어릴 때 타던 무궁화호, 새마을호, 통일호가 생각난다며, 그 옛날 기차를 기다리면서 먹던 호떡, 고구마 이런 것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출처: 폐역된 건천역사 앞 도로-직접 촬영
택시로 이동, 폐역된 구 아화역과 건천역
택시로 아이들과 폐역이 된 건천역으로 이동하면서 택시 기사분께 이 역에 대해 잠깐 물어보니 아화역은 영천과 경주를 이어주어 사람들이 많이 오가며, 한때는 마을에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KTX 같은 고속 열차와 이제는 익숙한 한 집마다 자동차 한두 대라는 상황이 되니, 굳이 기차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건천역은 백 년이 넘었지만 폐역되고 아화역도 마찬가지로 폐역이 되었던 것이죠. 사람들이 역으로 이동하는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어릴 적 붐비던 칙칙폭폭이라는 단어와 무궁화호를 타면 ‘덜커덩 덜커덩’ 하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객실 칸을 이동할 때 보였던, 객실 연결 고리와 철판 사이로 보이던 기차 바닥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폐역 건천역에서 만난 소박한 풍경
세월이 멈춘 건천역사와 녹슨 경고문, 철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구 아화역과 참 닮은 건천역사가 눈에 들어왔고 100년도 더 된 건물인데,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우거진 은행나무 사이에 서 있더군요. 폐역된 불국사역에서 봤던 것처럼, 역사 앞 공간은 이미 농기구와 주민들 차를 위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고요.
찾아보니 이 역, 1918년 보통역으로 문을 열어 100년 넘게 경주 건천을 지켜온 중앙선의 역이었습니다. 2021년 중앙선 고속화 사업으로 폐지되면서, 건물은 이제 철도 역사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했죠. 사실 건천역은 단순히 사람만 태우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녔대요. 중앙선이 영남 내륙과 경북 북부를 연결하며 물류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하던 시절, 경주 지역의 농산물이나 광물을 실어 나르던 중요한 거점이었습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을 경제와 숨 쉬던 역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2021년 폐지 결정이 마을에 가져온 쓸쓸함을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위키백과 참고).
역사의 외관을 자세히 보니, 1910년대 후반 중앙선 개통 시기에 흔히 적용된 ‘일제강점기 표준형 역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화려하지 않은 단층 벽돌 건물에 단순한 박공지붕이었지만, 대합실, 역무실, 그리고 화물 창고가 일렬로 배치된 기능적인 설계가 인상적이었죠. 100년 넘게 보수를 해왔겠지만, 지금은 창문마다 알루미늄 철판이 단단히 봉쇄되어 있어,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역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고 방치된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코 끝을 찌르는 은행 열매 냄새가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냄새난다고 코를 막고 은행열매를 밟지 않으려고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모습을 보고 와이프와 한참 웃었던 것 같아요.
텅 빈 공간에서 따뜻한 햇빛을 쬐며 낮잠을 자는 고양이 한 마리의 모습이 그 모든 쓸쓸함 속에서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출처: 폐역이된 건천역의 풍경-직접 촬영
역사 한쪽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으로 색이 바랜 경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철도 선로에 무단으로 침입해 시설물과 전선을 손괴하거나 절취하면 감전 사고의 위험이 있다… 실시간으로 감시 중이다. 벌금에 처한다” 라는 한국철도공사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경고문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일지라도, 철도라는 공간이 여전히 안전과 규율이라는 엄격한 영역임을 무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입구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이전에 방문한 폐역사에서 한 것과 같이 잠시 고개를 들고 역사를 멍하니 올려다봤는데, 머릿속에서 옛날 어릴 적 추억들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출처: 건천역사 앞 경고문-직접 촬영
역사 건물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 보니, 철로가 싹 걷어진 빈 땅이 보였는데요. 기차가 다니지 않아 버려진 땅에는 철로에 사용되었던 자갈들만 듬성듬성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갈들 사이로 잡초와 풀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는데 한쪽에는 쓰지 않는 나무 침목들이 기름이 묻은 채 쌓여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더니 아이들은 “여긴 역 아닌 거 같다”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무언가를 찾는 듯, 꼭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역사 건물과 선로 부지를 살펴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이 텅 빈 공간 속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 역의 역사를 상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텅빈 철로와 자갈의 흔적-직접 촬영
어른의 ‘고집’과 아이들의 ‘숨바꼭질’
폐역된 건천역 입구 옆에는 제가 어릴 때 주택가에서 흔히 보았던 녹슨 철문의 오래된 주택 건물이 보였습니다. 낡은 역과 낡은 집이 한데 어우러져 과거의 시간을 보여주는 듯했는데, 고개를 한번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는 현대 시대에 맞게 지어진 아파트가 보였습니다.
구시대와 신시대가 나란히 존재하는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요즘 아이들이 쓰는 ‘꼰대’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는데요. 과거를 지키려는 어른들의 고집과, 변화된 시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 공간에 압축되어 있는 듯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폐역이 된 건천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간추려 설명해 주면서 “이 건천역이 아주 오래전에 문을 열었고, 기차가 백 년 넘게 다니다가 이제는 문을 닫고 새로운 아화역으로 합쳐지게 된 곳이래”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기가 철로가 있던 곳이다. 저기는 화장실, 저기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주차하는 곳, 저기는 아마도 역무원들의 숙소 같다”라고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냥 아무 말 없이 걷고 보기만 하면 아이들의 역사 공부나 여기를 찾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출처: 구시대 건물과 신시대 건물-직접 촬영
여행 정보: 교통편 및 주변 먹거리 팁
경주 아화역과 폐역을 답사하는 분들을 위해 실질적인 이동 및 식사 팁을 공유합니다. 폐역 주변은 상권이 전무하므로, 식사 계획을 반드시 미리 세우셔야해요.
아화역 ↔ 건천역 이동 필수 교통편 안내
1️⃣ 현 아화역 (신 역사): 중앙선 KTX-이음, 무궁화호, ITX-마음 열차가 정차하는 곳입니다.
2️⃣ 구 아화역: 신 역사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입니다. 시골길을 따라 산책하듯 걸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3️⃣ 폐 건천역: 구 아화역에서 도보 이동은 어렵습니다. 택시 또는 자가용 이동이 필수이며, 택시 이용 시 약 5~7분 소요됩니다. (택시를 부를 때 ‘폐 건천역’ 또는 ‘건천파출소’ 근처로 호출하면 편리합니다.)
폐역 주변 상권 현황 및 식사 대안 (건천장 정보 포함)
1️⃣ 아화역 주변: 신 역사 주변은 아직 상권이 미비하니 구 역사가 있는 마을 쪽으로 이동하면 작은 식당 몇 곳을 찾을 수 있지만, 선택의 폭이 넓지 않습니다.
2️⃣ 폐 건천역 주변: 역사 주변은 식당이나 편의점 등 상권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여서 간식거리나 음료를 미리 준비해서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3️⃣ 대안 (건천 시장): 식사는 폐 건천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건천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희 가족은 시장 주변에서 낡은 간판의 분식점을 찾아 떡볶이, 순대, 튀김 등을 소박하게 해결했습니다. 참고로 건천장은 5일과 10일에 열리니, 장날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시골 장터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폐 건천역 인근 관광지 탐방 안내
건천역 주변은 현재 별다른 대형 관광 명소나 유적지가 없어요. 경주의 주요 유적인 불국사, 석굴암 등과는 택시로 4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상당한 교통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은 폐역 탐방 자체가 목적인 분들에게 좋습니다. 만약 가족 여행 중 아이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면, 건천역 답사 후 경주 시내(황리단길, 첨성대)나 보문단지 방면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건천역 답사를 마치며…
이번 경주 아화역 및 건천역 폐역 답사는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차는 멈췄을지언정, 이곳의 시간은 조용하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차 여행은 단순히 목적지를 이동하는 수단을 넘어, 어른들의 추억과 아이들의 새로운 경험을 이어주는 교육적인 여정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저희 가족은 다음 기차 여행으로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에 새롭게 지어진 영해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해 바다의 풍경과 함께, 영해 3.1 만세운동의 역사적인 현장을 아이들과 함께 밟아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ITX-마음 열차의 이름처럼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저희 가족의 의미 있는 기차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