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의 캠핑 첫째 날에 이어 두 번째 날, 새벽 아침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싸늘했습니다. 의지했던 미니 난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밤새도록 가족 모두 추위에 고생했는데, 침낭 속까지 냉기가 스며들어 추위를 느꼈습니다. 이 때문에 편히 잠들지 못하고 새벽녘에 뒤척였던 아이들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희가 머물렀던 캠핑장이 동해안 바닷가 근처이자 산자락 사이에 위치한 지형 덕분에, 해가 뜨기 직전에는 더욱더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텐트 문을 열어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주변 시야를 가릴 정도였으니까요. 운치는 있었지만 몸은 그야말로 천근만근인 것 같았죠.
비록 따뜻한 잠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서둘러 텐트를 접고 짐을 정리해야 하는 빠듯한 2일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아침을 먹기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캠핑의 낭만과 현실적인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출처: 호미곶 포항 상생의 손-직접 촬영
캠핑장 짐 정리와 추억의 시작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장 아침 식사
아침은 간단히 컵라면과 어제 먹다 남은 햇반과 고기로 배를 채웠는데 새벽 추위에 떨었던 터라 따끈한 국물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 여행지를 위해 우리는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와이프는 설거지와 음식 쪽 정리를 맡았고, 저와 아들은 텐트와 주변 물품을 리어카로 실어 주차장으로 이동시키기로 했고, 딸은 우리가 머문 주변 사이트 정리 정돈과 엄마 일을 도와주기로 했죠.
캠핑 용품을 리어카로 실어 가야 하는 이유는 이 캠핑장이 잔디밭 사이트라 자동차가 사이트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옛날 골프장 부지여서 잔디 사이트인 걸 알았는데, 잔디밭 사이트는 바닥이 푹신하여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텐트에 잔디가 많이 묻어나므로, 바닥에 짐을 놓기가 어려우니 철수 시 청소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해안의 맑은 풍경, 2일차 여행의 시작
짐 정리를 마치고 각자 샤워를 한 후, 우리는 서둘러 다음 일정을 시작했는데 오늘 일정은 포항 근대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와, 한반도 동쪽 끝의 상징인 호미곶까지 구경하는 것입니다.
구경이 끝나면 와이프와 딸은 다시 ITX-마음으로 집으로 가고, 아들과 저는 자동차로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포항 근대사 구룡포와 동쪽 끝의 상징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탐방

출처: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아이들-직접 촬영
포항 근대사 탐방을 위해 구룡포로 이동했는데 캠핑장에서 계획한 코스가 생각보다 멀어 일찍 출발했는데, 대략 50분에서 1시간 사이였습니다. 다음번 기차와 자동차 캠핑 여행 시에는 목적지에 가까운 캠핑장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에 도착하니 입구 맞은편에 넓은 주차장이 있었지만 빈자리가 없어서 우리는 방파제 쪽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일본의 시골 풍경을 연상시키는 모습이 보였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분명 일본인 가옥 거리인 것 같으면서도 우리나라 정서의 주택 양식이 섞여 있는 건물들이 많았으며 길거리에는 오뎅, 떡볶이, 찻집 등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정겨운 골목길의 모습이었습니다.
구룡포 하시모토 가족들의 가옥

출처: 구룡포 하시모토 가족들의 가옥-직접 촬영
입구에서 계단을 오르기 전 우측 거리로 조금 이동하다 보면 원형 그대로의 일본 가옥이 한 채 나오는데, 바로 구룡포 근대역사관 이었습니다. 이곳은 실제 사셨던 일본인 하시모토 가족들의 가옥으로, 신발을 벗고 집안을 직접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다만, 인원 제한을 두었는데,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건물이라 나무로 지어져 잘못하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인원 제한을 둔다고 합니다. 방문 당시 대기 줄이 길었지만, 인원 제한 덕분에 실내에서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다다미방과 같은 독특한 일본식 주택 구조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니 화장실, 다다미방, 부엌을 볼 수 있었고, 다다미방에서는 하시모토 가족이 코타츠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모형이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실제로 사용한 집무실이나 부엌, 화장실은 하시모토 가족이 살던 당시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복원하면서 철거된 것들을 내부에 재현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구룡포 방파제 용 그림과 동해 바다

출처: 구룡포 방파제 용 그림-직접 촬영
딸아이가 졸라 간식 겸 떡볶이를 먹으며 계단 위로 올라갔는데 위로 올라가니 포항시 K-드라마 촬영지 투어 코스 안내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참고해서 여행 일정을 짜면 좋을 것 같고, 계단 위에는 용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는데 구룡포는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와서 정자 옆을 보니 규화목으로 만든 큰 돌 비석이 보였습니다. 이 비석은 일명 일본인 공덕비로, 일제강점기 조선 어업 수탈 전진 기지였던 이곳의 어업 발전에 공헌했던 일본인 수산업자 도가와 야스브로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방 후 주민들이 반일 감정으로 비석의 비문에 시멘트를 발라버렸다는 역사의 흔적을 안내문에서 알 수 있었는데 이 위치가 옛날 일본 신사 터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일본인 거리 구경을 마치고 구룡포 방파제 쪽으로 갔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구룡포답게 용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방파제는 처음 봐서 아이들도, 아내와 저도 신기해하며 시원한 동해 바다를 구경했습니다.
호미곶 상생의 손과 새천년 기념관
동쪽 끝에서 만난 상생의 손

출처: 호미곶 전국 최대의 가마솥-직접 촬영
우리는 다시 자동차로 호미곶으로 이동했는데 구룡포에서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가니 2004년 해맞이 축전 때 떡국 20,000명분을 끓였다는 거대한 가마솥이 보였는데와이프와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솥을 보고 놀라워했습니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을 지나 ‘상생의 손’이 있는 곳으로 가니 핫도그, 핫바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고 방문객도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었지만, 우리는 갈매기들에게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먹이를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갈매기 배설물로 난간과 바닥이 온통 하얗게 물들어 있어 인상이 조금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멀리서 바다를 배경으로 상생의 손을 감상하고 바로 새천년 기념관으로 이동했습니다.
포항의 역사와 자연을 담은 새천년 기념관
호미곶에 있는 새천년 기념관은 유료 관람인데 관람료 및 이용 시간은 방문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니 방문 전 공식 사이트를 통해 최종 확인하시는게 좋습니다.
✅ 새천년 기념관 관람 정보 (대인 기준)
1️⃣ 이용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2️⃣ 휴관일: 매주 월요일
3️⃣ 관람료 (대인 기준): 3,000원 (참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출처: 호미곶 새천년 기념관 아이들-직접 촬영
1층 전시실에는 포항의 지리적 특성, 역사, 문화, 철강 등에 대한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는데 특히 포항의 옛날 나룻터 사진들과 제철소 발전사 사진들이 아들과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아들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인것 같았고 딸과 아내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 관련 전시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1층 관람을 하고 2층으로 이동했는데 슬슬 딸아이가 다리 아프다고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아침에 캠핑장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일본인 가옥거리의 계단, 방파제 끝까지 걸어서 이동하고 다시 호미곶에서 걸어다니니 다리가 아플만하죠.
2층은 화석, 게, 거북 등 바다를 중심으로 한 고생물 및 화석이 전시되어 있었고, 딸은 화석 모양의 의자에 앉아 쉬게 했습니다. 아들은 호랑이와 매머드, 검치호 등의 거대 포유류 뼈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이곳은 아들에게는 역사 교육, 자연사 교육 모두를 만족시키는 좋은 교육 여행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모두 구경하고 나오면서 1층 전시실의 소원 나무 코너를 이용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쪽지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각자 하나씩 소원을 적고 나무에 걸어두고 인증샷을 찍고 뭐 적었는지 서로 묻지 않기로 한 것도 이 여행이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출처: 새천년 기념관 소원 나무 앞-직접 촬영
포항역에서의 작별과 귀가
일본인 가옥거리, 호미곶 이용 팁
✅ 구룡포
1️⃣ 주차 팁: 주말에는 가옥 거리 앞 주차장이 만석이므로, 방파제 쪽이나 구룡포항 근처 주차장을 이용하고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2️⃣ 관람 팁: 계단을 오르기 전 하시모토 가옥(근대역사관)은 인원 제한(나무 가옥 보존)이 있으니 여유를 두고 관람하거나, 대기 줄이 길다면 주변 거리 구경을 먼저 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먹거리 팁: 가옥 거리에는 레트로 감성의 분식점이나 찻집이 많습니다. 간단한 간식(떡볶이, 오뎅 등)을 즐기며 옛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4️⃣ 산책 팁: 해상 스카이워크와 연계된 해파랑 산책로는 사람이 적어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좋습니다. 포항제철의 모습이 보이는 묘한 풍경도 놓치지 마세요.
✅ 호미곶
1️⃣ 추가 정보: 새천년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서는 호미곶과 동해 바다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별도 입장료는 새천년 기념관 관람료에 포함)
2️⃣ 관람료 팁: 새천년 기념관 관람료는 유료입니다. 다자녀 혜택 등 감면 대상 여부를 미리 확인하여 할인받으세요. (관람료는 방문 전 공식 사이트를 통해 최종 확인 필수)
3️⃣ 환경 팁: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것은 생태계 교란 및 위생 문제로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배설물이 많아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하며 걸으세요.
4️⃣ 관람 팁: ‘상생의 손’ 근처에는 거대 가마솥 등 상징적인 조형물이 많으니,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잠시 쉬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엄마와 딸 ITX-마음, 아들과 아빠 자동차 이동

출처: 포항역 주차장-직접 촬영
일정을 마무리하고 딸과 와이프를 포항역으로 데려다주었는데 와이프의 직장 일 때문에 빨리 올라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먼저 출발하기로 하고 부랴부랴 ITX-마음 표를 예약했습니다. 다행히 좌석은 있었지만 딸과 아내의 자리가 조금 떨어져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아빠 차를 탈지, 엄마와 기차를 탈지 고민하다가, 엄마 혼자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엄마랑 같이 간다고 했는데 아들은 짐 정리와 장거리 운전을 돕기 위해 저와 함께 자동차로 귀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기차와 자동차 가족 여행을 마치며
이번 여행은 기차팀과 자동차팀으로 나뉘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기차팀은 운전 피로 없이 ITX-마음의 편안함을 즐길 수 있었고, 자동차팀은 캠핑 장비 이동과 현지 관광지 이동에 용이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전 가족이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과, 모든 짐을 실을 수 있는 렌터카를 현지에서 이용하는 방안 등 더 효율적인 여행 방법을 계획해 볼 생각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은 새천년 기념관과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를 가보면서, 단순한 놀이 여행이 아닌 역사와 자연을 배우는 캠핑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