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나원역과 모량역 폐역으로 떠난 혼자만의 여행

이번 폐역 나원역과 모량역 탐방은 혼자 자동차로 다녀왔습니다. 미리 자료를 조사해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기엔 주변 상권이나 교육적이고 흥미를 유발할 만한 요소가 없을 것 같았으며, 그래서 각자 바쁜 아이들을 억지로 데려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번 동선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족 여행은 영해역 이후 강릉까지 동해선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나원역을 찾아갔습니다. 큰 도로 옆 나무에 가려져 처음엔 잘 안 보였으나, 편도 2차선 도로에 인접해 있어 위치 파악은 쉬웠습니다. 그러나 차를 몰고 좁은 길을 우회전 진입하는 것이 꽤 위험하게 느껴졌는데, 오르막길을 올라서니 이전에 다녀본 역들과는 사뭇 다른 나원역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역사 구조가 인상적이었고 한눈에 봐도 일반 간이역보다 훨씬 웅장하게 느껴졌습니다. 독특하게도 입구 간판에는 “형산강을 품은 천혜의 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그리고 이 문구가 시선을 강하게 끌었습니다.

경주 나원역과 모량역 폐역으로 떠난 혼자만의 여행

출처: 폐역 나원역사 앞에서-직접 촬영

나원역의 발자취와 특별한 건축 양식

역사 안이 유리문을 통해 훤히 보였는데, 대기실은 비교적 작아 보였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 점자 블록이 깨끗하게 깔려 있어서 다른 역보다는 꽤 관리가 잘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작은 간이역 규모답지 않게 역사 건물 크기 자체는 상당히 컸습니다. 알고 보니 나원역은 1919년 6월 25일 경동선 경편철도의 간이역으로 시작한 유서 깊은 곳이더군요. 개업 초기에는 간이역이었으나, 1980년대에는 화물 취급을 하는 보통역으로 승격되었고, 그리고 1992년 금장삼각선이 설치되며 중앙선과 동해선을 잇는 중요한 분기역 역할까지 담당했다고 합니다. 여객 취급은 2008년에 진작 중단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2021년 12월 28일 동해선 복선 전철화 사업과 함께 완전히 폐역되었다고 합니다(참고: 나무위키) .

나원역 특별한 건축 양식

출처: 나원역 특별한 건축 양식-직접 촬영

특히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니, 1979년에 준공된 철근 콘크리트 슬라브 단층 구조였으며, 그 크기가 꼭 학교 강당을 연상시키는 듯했습니다. 건물 자체에서 느껴지는 웅장한 형태는 여태껏 봐왔던 소박한 간이역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모습이었고, 폐역이지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이 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깨끗하게 남은 역사와 도시의 대비

역사 주변은 시골 마을 하우스들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녹슨 철문과 잠겨있는 철문 사이로 무성하게 우거진 잡초들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변 환경과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나원역사 앞의 넓은 비포장 마당은 꽤 잘 관리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폐역들에서 흔히 보던 거미줄이나 쓰레기, 그리고 담장 덩굴 같은 지저분한 모습이 전혀 아니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정비만 조금 하면 이용 가능할 정도로 건물 자체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으며, 마치 이 역이 금방이라도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나원역 내부 뒤로 보이는 아파트

출처: 나원역 내부 뒤로 보이는 아파트-직접 촬영

나원역 입구의 유리 정문은 잠겨 있었으나 시야를 전혀 가리지 않아 내부가 훤히 보였습니다. 이 유리 정문 뒤로 고개를 들어보니, 뜻밖에도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높이 솟아 있었고, 경주시내의 모습이 훤히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이 현대적인 도시 풍경은 오랜 세월 속에 갇혀 있는 듯한 폐역의 정적인 분위기와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었으며, 그 모습을 보며 만약 이곳에 철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폐역이 아닌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운치 있는 역으로 지금도 운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폐역의 쓸쓸함 속에서 도시의 활기를 엿볼 수 있었던 독특한 순간이었으며, 이런 대비되는 풍경이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습니다.

시인 박목월의 흔적과 모량역

나원역 탐방을 마치고 모량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나원역에서 자동차로 약 21분가량 걸리는 거리였으며, 경주시를 벗어나 건천 지역으로 향하는 길목이었습니다. 차를 몰고 가며 문득 이전에 가족 기차여행으로 아화역에 왔다가 폐 건천역을 택시 타고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으며, 그리고 그 길이 왠지 모르게 지금 가는 길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량역의 역사와 건축

모량역의 역사와 건축

출처: 모량역의 역사와 건축-직접 촬영

모량역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가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았으며, 작은 지방도로 사이를 지나 논밭길로 들어가야 했고,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에 접어드니 모량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 모량역 건물은 이전에 봤던 폐역된 역사들과 양식이 비슷했으며, 역사 입구문 또한 나무문으로 예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모량역에 도착하고 보니, 나원역의 독특한 건물 양식과 현대식 유리문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그리고 두 역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모량역은 1922년 12월 25일에 광명역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며, 1939년에 지금의 모량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건물 양식은 초록색 삼각 지붕을 가진 소박한 단층 역사로, 전형적인 옛 간이역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었으며, 특히 여객 취급은 2007년에 중지되었으나, 이후 무인 신호장으로 전환되어 열차 운행상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었습니다. 심지어 시인 박목월이 이곳을 소재로 시 ‘옛날과 가랑비’를 썼을 만큼 문학적인 의미도 지닌 곳이었고, 그리고 구 역사는 2021년 12월 28일 중앙선과 동해선 전철화 사업으로 폐지되었으며, 신선 상에는 신호장 역할을 위한 새로운 모량역이 건설되었다고 합니다(참고: 나무위키).

쓸쓸함 속의 기능과 새로운 철로

모량역 앞 집과 신철도 모습

출처: 모량역 앞 집과 신철도 모습-직접 촬영

폐역된 모량역 앞에는 건물보다 훨씬 큰 은행나무가 든든하게 서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는 관리하던 건물들과 깨끗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량 시설관리반”이라고 적힌 빗바랜 간판을 보아 이 시설 건물은 비교적 현대에 와서 지어진 것으로 보였고, 그리고 지금도 관리가 꾸준히 이루어지는 듯했습니다. 건물들 맞은편에는 철거된 철로길의 흔적들이 선명하게 보였으며,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다른 폐역들과 달리 철문이 잠겨있지 않아 안심하고 역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아직도 무언가 작업하는 듯한 도구들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곳은 여전히 신호장 등의 용도로 이용되는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 폐역된 모량역사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정적만이 흐르며 넓은 들판과 오래된 가옥 한 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변에 다른 집 한 채 없이 고요한 들판에 역 건물과 이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으니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더군요.

주변을 모두 둘러보고 난 뒤 집으로 발길을 돌려 지나가려고 하던 중, 모량역사 바로 옆에 새로 건설된 동해선 다리 철로가 보였으며, 마침 그 위로 누리로 열차가 힘차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신철로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기차와 그 옆에 쓸쓸하게 남은 폐역사가 강렬하게 대비되는 풍경이었고,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는 듯한 감상을 깊게 받았습니다.

쓸쓸한 폐역 모량역과 은행나무

출처: 쓸쓸한 폐역 모량역과 은행나무-직접 촬영

폐역 방문 팁 및 다음 여행 계획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현실적인 조언

솔직히 나원역이나 모량역은 자동차 없이는 방문이 거의 어렵습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았고, 폐역 주변에 상권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온다면 간식이나 식사 해결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과의 방문은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으며, 그냥 드라이브 삼아 잠시 둘러보고 나오는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굳이 가족과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면, 모량역 가까이에 있는 시인 박목월 생가를 함께 방문하는 것을 권합니다. 모량역이 폐역되지 않았더라면 기차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인 박목월 생가를 통해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 모량역으로 갈 때는 운전에 조심해야 합니다. 역으로 진입하는 길이 편도 1차선 도로였는데다가, 모량초등학교가 바로 앞에 있어 지나가는 길 전체가 30km 제한이었습니다. 좁은 도로와 낮은 제한 속도 때문에 천천히 운전하며 안전에 대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폐역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보다 안전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다음 가족여행 계획

이번 폐역 탐방은 아예 사라졌거나 입구를 막아버려서 볼 수 없는 역들을 제외하고, 그나마 흔적이 남은 곳들을 다녀보았습니다. 나원역처럼 큰 도로변에 있어 위험했거나 모량역처럼 접근성이 극히 떨어지는 곳은 가족 여행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혼자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으며, 다음 여행은 꼭 가족여행으로 계획하고 싶습니다. 이전에 계획했던 것처럼 동해선을 따라 방문했던 영해역 이후 강릉까지 ITX-마음을 타고 떠나는 기차여행을 꼭 실현하고 싶으며, 그리고 그때는 아이들에게 폐역의 쓸쓸함 대신 기차가 주는 활기찬 시간과 새로운 추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