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강릉 기차여행은 아이들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루어졌고, 대신 이전에 다녀왔던 대전 KTX 기차 여행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지인이 근무하는 병원에도 들릴 겸 아이들과 함께 가족 기차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주말 KTX 가족석 예매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운 좋게 대전으로 가는 출발편과 돌아오는 도착편 모두 가족석을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기차여행은 몸이 조금 피곤할 수 있었지만, 가족석에 마주 앉아 간식도 먹고, 아이들이 평소 보지 못했던 창밖 풍경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생겨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KTX 열차에 몸을 싣고 출발한 이번 대전 당일치기 여행은 대전역 인근의 오월드, 레트로 골목, 그리고 교육적으로도 유익할 것 같았던 대전나래관 등을 둘러보는 꽤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KTX 가족석에서 시작된 대전 당일치기 가족 여행에 대한 후기를 지금부터 공유해 보겠습니다.

출처: KTX 일반실 가족석에서 웃는 딸-직접 촬영
가족석에서 즐긴 대전으로 가는 길
대전에 지인이 근무하는 병원에도 들릴 겸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차여행을 계획했으며, 기차여행은 차 여행보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분명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습니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주말 KTX 가족석 예매였습니다. 가족석은 역방향과 순방향이 마주 보는 4자리 구조였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고, 예매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꼭 확보하고 싶었는데, 운 좋게도 대전으로 가는 출발 편과 돌아오는 도착 편 모두 가족석을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KTX 특실은 가족석이 없기 때문에 일반실 가족석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서로 마주보며 앉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기차 진행 방향과 반대인 ‘역방향’ 좌석에는 아들과 제가 앉았고, 아내와 딸은 기차 방향 그대로인 ‘순방향’에 앉았습니다. 마주 앉아 테이블 위에서 간식도 먹고,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나란히 앉아 스마트폰만 보는 대신, 대화하며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생겨서 훨씬 재미있는 KTX 가족여행이 된 것 같습니다. 역에서 미리 사 간 치킨과 콜라를 KTX를 배경으로 즐겼던 것도 좋은 추억이었으며,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출처: KTX 가족석 딸과 와이프-직접 촬영
대전 KTX 당일치기 여행 계획
기차표 예매를 완료했으니, 이제 남은 건 일정을 최대한 빡빡하게 짜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대전 여행의 주요 동선은 지인이 근무하는 병원에 잠시 들러 식사를 함께 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대전 오월드, 대전역 주변의 레트로 건물들과 교육적으로도 유익할 것 같은 대전나래관 등을 빠르게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일정으로 계획했습니다.
오월드 대신 시내버스 체험
대전역에 도착해서는 바로 택시를 타고 지인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병원에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눈 후 아이들과 함께 중식을 먹기로 했으며, 짜장면, 짬뽕, 그리고 탕수육 같은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지인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대전 오월드가 있다며 놀다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고, 지인의 차를 타고 오월드 입구에서 하차한 후 헤어졌습니다.
오월드 입구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에는 주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 없었고, 입장하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아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입구에서 안을 바라보니 우리가 기대했던 놀이공원 규모는 아닌 듯했으며, 왠지 모르게 끌리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빡빡한 당일치기 일정이었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오월드 방문은 다음 기회로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대전 오월드 앞에서-직접 촬영
오월드에서 시내버스로 대전역 이동
오월드 입구에서 그냥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시내버스를 탈 일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시내버스를 처음 태워주기로 했습니다. 버스 좌석에 앉은 아이들에게 시내버스는 정말 새로운 대중교통 체험이었으며, 그 모습을 보며 괜히 뿌듯했습니다. 결국 오월드 입장을 포기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역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는데, 아이들은 생전 처음 타보는 시내버스 안에서 창밖을 구경하며 무척 즐거워했었습니다. 예상치 못했지만 시내버스 탑승이 오월드보다 훨씬 재미있는 교육이 되었고, 나름 당일치기 여행의 소소한 하이라이트였으며, 그리고 오월드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레트로 골목과 대전나래관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역에 돌아오니,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은 벌써 배가 고프다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나는 아직 배가 불렀지만, 역 1층 식당가에서 햄버거, 김밥, 우동 등 간단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기차 대합실로 올라가 재미난 스마트폰 케이스 쇼핑도 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오월드에 가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생전 처음 타보는 새로운 대중교통 체험을 시켜주었고, 소소한 쇼핑의 행복까지 선물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가족 기차 여행이었다는 주관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계획이 틀어지긴 했으나,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으며,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처: 삽을 든 사람들의 동상 기록을 보는 아들-직접 촬영
구 대전역과 레트로 감성 골목길 탐방
이후 우리는 대전역 동광장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삽을 든 사람들의 동상(철도 건설 기념 조형물)을 보며, 대전역이 만들어질 때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아이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동상을 지나 구 대전역 건물과 일제강점기 시대의 건물 양식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70~80년대 분위기의 골목길이 나타났습니다. 간판이 바래고 낡은 ‘청양슈퍼’ 같은 상점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오래된 옛날집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곳은 처음인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 모습”이라고 설명해 주니 더욱 신기해하는 듯했습니다.
이 골목길은 아직 사람이 사는 것 같은 집들도 있었는데, 벽에는 멋진 태극기와 무궁화 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벽면에는 인기 만화 ‘겨울왕국’의 올라프 그림이 익살맞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묘하게 섞인 재미있는 풍경이었으며, 낡은 동네 속에서 느껴지는 뜻밖의 활기였습니다. 아이들은 올라프를 보며 웃으며,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레트로 골목을 탐방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레트로 골목 올라프 벽화 앞 딸-직접 촬영
교육적 체험 공간, 대전나래관
재미있는 옛날 골목길을 지나 ‘대전나래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단순히 옛 건물 구경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차여행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구경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교육에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부러 계획했던 곳입니다. 아이들은 무형문화재를 소개하는 공간에서 동춘당가양주, 목기장, 초고장, 단청장, 악기장, 앉은굿 등 수많은 옛날 장인들이 만들었던 것을 직접 보며 또 다른 볼거리를 얻었습니다.
대전나래관은 대전의 전통 음식과 제사에 관련된 정보, 무형문화재와 부처상, 굿, 그리고 전통 음식 등 대전의 전통 문화에 대한 아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입장료는 무료였으며, 규모도 꽤 큰 편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면 학습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익할 것 같다는 주관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트로 골목과 교육 체험을 모두 경험했으며, 이 정도면 당일치기 여행치고는 꽤 알찬 일정을 소화한 것 같았습니다.

출처: 대전나래관에서 관람하는 딸-직접 촬영
당일치기 KTX 가족 여행 정보 정리
대전나래관 관람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대전역으로 이동했고, 대합실에서 잠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드디어 집으로 가는 KTX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운 좋게 KTX 일반실 가족석에 서로 마주 보며 앉을 수 있었으며, 오는 동안 못 했던 이야기들을 마저 하고, 다음 가족 여행을 기약하며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대전 당일치기 여행은 계획했던 오월드 대신 시내버스 체험과 레트로 골목 탐방, 그리고 교육적인 대전나래관 관람으로 채워졌는데, 비록 빡빡한 일정이었으나 아이들과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대전역 주변 유용한 정보
1️⃣ 오월드: 주차장은 대규모였고, 깔끔하게 관리가 잘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으며, 하루 종일 놀기보다는 다른 일정이 있거나 아이들과 잠시 들러볼 생각이라면 괜찮을 듯합니다. 저희는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잠시 들러 쉬어가는 용도로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2️⃣ 대전역 레트로 감성 거리: 대전역 동광장으로 내려와서 동상을 지나 좌측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구 대전역 건물과 일제시대 건물 양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신 도로를 따라 좀 더 걸어가면 70~80년대 건물들이 대규모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골목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레트로 감성과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혼자 방문한다면 약간 으스스한 집들 사이 좁은 길이나 푸세식 화장실까지 있어 살짝 무서울 수도 있으며, 그리고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혼자 가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3️⃣ 대전나래관: 무형문화재, 부처상, 전통 음식 등 대전의 전통 문화에 대한 아주 다양한 정보가 있으니 아이들 교육에 정말 좋을 것입니다. 입장료는 현재 무료였으며, 규모도 꽤 큰 편이어서 아이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학습적인 측면을 채울 수 있습니다.